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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연구와 문화이론>
    인문학 2023. 1. 4. 12:58

    ‘문화’란 무엇인가? 그리고 요즘 우리 사회가 쉽게 내뱉으며 지나치는 ‘대중문화’란 무엇인가? 복잡하고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며 서로 유기적으로 살아가는 요즘, 이 ‘문화’라는, 흔히 지나칠 수 있는 개념이지만 매우 중요한 이 개념의 연구와 통찰의 사고(思考)를 통해 현시대의 문화를 정확히 바라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인간이 스스로 더불어 살기 위해 펼쳐 놓은 ‘사회’라는 큰 범주 안의 규범이자 약속이며 자연발생적인 사회생활의 모든 행위 자체인 ‘문화’에 대해 정확히 판단함으로써 좀 더 나은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반의 대중이 주체가 되는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정확한 개념 정립과 함께 이해하고 대중의 한 주체로서 올바른 문화를 선도해야 할 것이다.
     ‘문화’라는 개념은 딱 떨어지는 수학 문제의 답 같은 것은 아니다. 수십 년, 수 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인간의 삶 그 자체를 단 몇 마디의 명제로 도출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문화’에 대하여 정확한 개념을 짚어주는 것이 아닌 문화연구의 여러 분야를 소개하며 나름대로 독자들에게 개념의 정립을 도와주는 것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여러 문화이론 등을 통해 폭넓은 견해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밥상은 차려주되 그 밥을 먹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자신과는 다른 인간들과 상호보완적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며 ‘사회’라는 범주를 형성했을 때부터 이미 ‘문화’라는 개념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전의 문화는 계급사회와 인식 부족의 풍토 속에서 그 존재성을 찾기 어려우므로 일단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시작될 무렵의, 우리가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 개념의 ‘문화’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사회가 단순하고 계급적 면모가 두드러지던 그때의 문화는 소위 지배 계층이 향유하던 엘리트적 ‘고급문화’와 일반 서민들의 삶, 그 자체인 ‘하위문화(서민문화)’로 나눌 수 있다.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던 그 ‘문화’는 사회적 특수한 성격상 서로에 대한 교류나 상호보완 또는 상호교류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저 단순하고 획일화된 대상에서 도시화, 산업화라는 거대한 시대적 변화의 조류와 함께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딱딱하며 단순하게 오직 두 부류로만 나누어진 이전의 것과는 달리 통합적인 ‘대중문화’로써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일반 민중들이 향유하는 대중문화와 고급 엘리트 집단이 향유하는 고급문화 사이에의 괴리감은 여전히 존재하게 된다. 대중문화는 그 성격에 따라 상업문화, 대양(생산)문화라고도 일컬어지며 민중으로부터 발생하여지는 문화라는 것으로 고급문화와 그 차별성을 가진다고 하겠다. 각각 독립된 개체로 여겨지던 두 문화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맞이하여 서로 교류하고 상호침투하며 그 존재성의 여부를 불분명하게 하고 있다. 클래식과 상업 광고의 만남, 누아르 영화에 대한 인식 변화 등과 같이 현재의 ‘대중문화’는 이전의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문화적 텍스트의 통합체라고 볼 수 있겠다.
     ‘대중문화’라 함은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복합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반 대중이 쉽게 향유할 수 있고 향유되는 그 자체의 문화로써 인식하는 것이 쉬울 것이다. 내가 즐기는 문화, 좋아하는 문화, 추구하는 문화가 바로 ‘대중문화’인 것이다. 이 대중문화의 주체는 ‘나’이며 어느 집단 또는 세력의 지배나 통제를 받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특정 집단 또는 세력과의 상호교류를 통한 사회적 현상의 표출 혹은 문화적 텍스트를 창출해내기도 한다.
     쉽게, 어느 시대에서나 사회를 지배하며 통제하는 집단과 이 민중의 ‘대중문화’ 사이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사회의 지배 계층은 ‘대중문화’를 탄압하기도 하고 오히려 역으로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이용하기도 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지배의 한 수단으로써 이용해왔다. 역사적인 결과로 대중문화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방법으로는 그들의 지배 수단의 방법으로써의 효과를 얻지 못하였다. 반대로 민중의 삶 그 자체인 ‘대중문화’와의 타협과 교류를 통해 그것을 인정하는 방법으로써 비로소 양자(兩者)가 공존하는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헤게모니’란 용어를 풀이해 봐도 알 수 있듯이 대중문화는 사회의 지배계층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을 알려주고 있다. 대중의 문화, 그 속에 하나의 주체인 나와 사회와의 관계는 이렇게 증명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대중) 문화에 대한 정의와 함께 여러 시대의 문화연구 학자들과 그들의 문화이론에 관해 설명해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리비스 주의며 마르크스주의며 헤게모니 이론이며 페미니즘이며, 소쉬르, 롤랑 바르트, 알튀세르, 장 보드리야르 등의 위대한, 그리고 엄청난 문화이론들과 문화연구 학자들이 나오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그 사회의 문화 사이와의 관계에 대해 고찰한 하나의 이론들과 학자들일 뿐이다. 그 모든 이론과 학자들은 그저 나와 문화와의 관계를 이해시켜 주고자 하는 참고서 같은 존재일 뿐, 절대 그 이상의 것은 아니다. 이 시대의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바로 ‘나’이며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산업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자본주의 사상이 대두하며 급격한 시대의 변화와 함께 사회적, 문화적 ‘패러다임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전의 문화는 이미 구시대적인 옛것이 되어버리고 점점 새로운 문화와 사상들이 자리 잡게 되었다. 과도기적인 사회의 흐름 속에서 문화에 대한 패러다임 역시 흔들리고 변모되게 되었다. 수십 년이 지난 현재 역시 너무나 빠른 경제적 발전에 따라 흔들림 없어야 할 문화의 주체들마저 문화적 공황에 휩싸이게 되어버렸다. 이러한 세계사적 격변 속에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그 흐름에 따라가기 위한, 아니 그 흐름에 흔들리지 않을 정확한 판단력과 인식이 필요할 것이고 바로 이 책에서 소개되는 문화이론과 연구들이 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서양의 이론들과 학자들만을 접하게 되어 정작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개념들은 아닌가 반문(反問)하게 되었다. 학교에서건 사회에서건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건 서양의 것, 즉 우리와는 어찌 보면 별개의 것일 수도 있을 그러한 것들이다. 그렇기에 과연 내가 사는 이 사회에 그들-마르크스, 롤랑 바르트, 소쉬르 등-의 이론들이 적용될 수 있는가 되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에 대한 해답은 정확히 잘 모르겠다. 아직 문화에 대한 지식과 인식이 부족하며 계속 배워나가고 있는 과정이긴 하지만 분명한 건, 인류 공통의 관심사로써 ‘문화’를 바라본다면 굳이 이질감을 느낄 필요성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의 고대사회는 둘째치고서 우리도 산업화와 서구의 신식 문물을 받아들이는 근대화 과정을 통해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충격을 겪었을 것이며 그로 인해 똑같이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심각한 고민을 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더군다나 글로벌 시대이니 세계화이니 하는 요즘은 이미 ‘너’와 ‘나’라는 존재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이며 ‘우리’의 개념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인류 공통의 보편적 관심사에 대한 연구이론들은 그 효율적 가치를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지역적 차이를 고려하기보다는 인류 보편의 사고(思考)에 더 중점을 두고 바라보아야 할 문제이다.
     이 책은 작자가 이미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중문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일종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지도 그리기’를 시작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쓰였다. 깊이 있는 학문적 연구보다는 포괄적인,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끔-사실 난 어려웠다- 대중문화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어 나 자신의 학문적 세계에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이 전의, 그저 주먹구구식의 학습과 반복에 의한 사고(思考)의 표출이 아닌 어느 정도 개념의 정립이 되는, 체계가 잡힌 상태에서 나만의 문화 이론을 발표할 수 있다는 조금의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이 복잡한 문화 속을 살아가는 나에게 모든 해답이 될 수는 없다. 현시대에 묵과하고 지나칠 수 있는 선인(先人)들의 가르침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며 새로운 문화적 패러다임 속에서 그 뿌리를 잃지 않는, 대중문화 속에서 올곧은 나만의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매우 유익한 문화 지침서가 되어 준 책이다.
     문화, 우리가 만들고 영위해 나가는 대중문화 속에서 ‘나’와 ‘문화’ 사이의 관계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통해 올바른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흐름에 쫓겨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존재가 아닌 나 자신만의 문화적 이데올로기를 형성함으로써 그 어느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러한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과제이며 앞으로 더욱 빠르게 변모해 나갈 대중문화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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